본문 바로가기

이오영의 글과 발언대

스페인의 전통민속제인 "투우(Plaza de Tors)” 소감기

아래글은 2007년 4월, 필자(이오영)가 스페인 여행시 관람한 투우 관람 소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투우장면

스페인은 정열의 나라 또는 투우의 나라로 일컬어진다.
18세기 초까지 스페인의 투우는 주로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서 열렸다. 그러나 1929년 이후 투우의 인기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22,300명 이상 많은 관람객들이 한번에 투우장에 몰려들자 이를 소화할 "
라스벤따스라”는 대규모의 투우장을 건립 하였다 .  스페인의 유명 투우사들은 누구나 이투우장에서 가장 사나운 소와 생사를 건 한판 승부를 갈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투우관람은 예정에 없었지만 투우의 고장에 들렸다가 이를 감상하지 못해서야 말이 되느냐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어서 안내에게 투우장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하니 몇 군데 전화를 걸고 나서 당일 입장표는 이미 매진된 상태라 웃돈을 주고 암표를 구입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나라에서 투우는 3월-10월 까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에 열리고 있으며, 매년 5월에 20여일간 수호성인 “이시드로”(San Isidro:5/15)를 위한 축제에 투우 행사가 있게 되는데 이 시기엔 스페인의 최고 투우사들의 기량을 볼 수 있는 시기임으로 마침 이시점에 이곳을 여행하는 우리로서는 멋있는 투우를 감상할 수 있게되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소를 찔러 죽이는 잔인성 때문에 투우 관람 여부에 대해 일행 중에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평생 한번 현지에서 투우를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기회라 주장하는 측의 설득으로 모두들 투우장으로 향했다.

이곳 까지 와서 암표를 구해야 했다는 묘한 생각을 하면서 안내를 따라 투우 경기장에 들어서니 정장을 한 스페인들과 간편한 옷차림을한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뒤섞이여 경기당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안내된 곳은 유감스럽게도 마드리드의 ”라스벤따스라”가 아니라 “세비야"의 투우장이다.
그러나 이 투우장도 마드리드의 메인 투우장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크기와 규모라고 했다. 암표라 그러한지 우리일행은 경기장 안에서 여기 저기 흩어져 앉아야 했다.

원래 투우장 출입은 정장을 원칙으로 하고, 관람 도중 투우사들의 묘기가 있을 때 마다 기립 박수로 예의를 지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투우장 예의를 강조하는 그들이지만 앞뒤에서 피워대는 담배연기는 참기 힘들 정도였다. 아마도 담배연기로 인해 남에게 간접 피해를 주는 공중도덕에 대한 예의는 없는 것 같다.

예정시간이 다가오자 방파 레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운동장 중간의 대형 문이 쪼개지듯 열리면서 뿔이 위로 날카롭게 뻗은 천년의 한을 품은 듯 성난 검은 소가 코를 벌름거리며 어느 누구라도 닥치는 대로 받아 치우려는 기세로 무섭게 달려 나왔다.

소가 나오기 전에 미리 경기장에 나와 있던 보조로 보이는 3명의 찬란한 유니폼에 날씬 한 체격의  투우사가 검은소 앞으로 용감하게 다가서며 붉은 만토를 치켜 들고 달려 드는 소를 이리저리 유인하여 흥분을 고조 시킨다.

이들은 달려오는 소에게 위험을 느낄때 마다 경기장 주변에 군데 군데 설치해 놓은 방패막이 벽 뒤로 날세게 몸을 피하면서 소를 자극 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5-6분이 지났을까 다시 진군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리며 두명의 흑기사를 연상케 하는 기마병이 나타난다.

전신 갑주를 두르고 눈을 가린 말을 타고 긴 창을 옆구리에낀 기마병은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흑기사처럼 당당하게 성난 소를 향해 달려간다. 이를 본 소도 질수 없다는듯이 말에게 사정없이 달려들어 말의 배를 날카로운 뿔로 사정없이 드리 받는다. 만약 말의 눈을 가리지 않았다면 말은 겁을 먹고 도망칠것이나 눈을 가려 놓은 덕분에 성난 소의 공격을 인식 하지 못하고 기사가 말등에서 이끄는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 바로그순간, 얼떨결에 소에게 배를 받힌 말은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고 타고 있던 기마병이 낙마하는 위험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말은 배와 허리가 방패용 특수 벨트로 감겨 있어 부상은 막을 수가 있었으나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관중들의 "아--아---!!" 하는 비명이 들리고, 성난 소는 낙마된 투우사를 향해 무섭게 달려 들고 있었다. 하늘로 치솟은 날카로운 검은 소 뿔에 받히면 누구든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때 방패막이 뒤에 대기 하고 있던 보조 투우사들이 재빨리 달려 나와 소앞에 붉은 만또를 드리 대며 소를 다른 데로 유인하여 기마병을 극적으로 구출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그순간 기마병은 말을 이르켜세워 자세를 가다듬고  성난 소를 향해 다시 창을 겨눈다.

기마병의 임무는 소가 말에게 정면으로 공격하는 때를 노치지 않고 창으로 소등의 급소를 내려 찔러 피를 흐르게 하는 것이다. 잔인할 수록 관중의 인기가 높아 진다.

기마병의 창끝에 찔린 등줄기에서 피가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려 소의 몸이 온통 붉게 물들여 지고 급기야는 땅까지 적시면서 광분한 소가 스스로 기진할 때 까지 공격해 오는 모습을 복 관중들은 환호하고 있었다.

정말 잔인한 모습이다.

그렇게 5-6차례 소의 목을 향해 창을 찌른 다음 퇴각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나더니 기마병은 퇴진하고, 대신 양손에 오색찬란한 색깔로 감은 1.5m정도의 화살촉 같은 작은 표창을 든 3명의 공격수가 붉은 만또도 없이 도도하게 순서대로 걸어 나와 소를 향해 버티고 서서 소를 노려 본다.

피투성이가된 성난소는 공격 목표물인 말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앞에 버티고 서있는 공격 투우사를 목표로 삼고 힘을 다해 달려온다.

아차, 하는 순간 소에게 받히면 사람의 육체는 공중 분해될지도 모른다.

공격하는 소가 재빠르게 달려와 투우사를 받아 치려는 순간 짧은 막대 표창을 들고 미동하지 않고 소를 노려 보던 투우사는 재빨리 소의 급소인 어께와 목부분 사이에 정확하게 표창을 꽂아 놓고 옆으로 살짝 피한다.

성난 소는 한번 설정한 목표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공격해 오는 특성 때문에 방향만 약간 틀게 되면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3명의 공격수가 이렇게 각각 2번에 걸친 공격으로 도합 6개의 창살을 소의 목줄기 등부분에 꽂아 놓고 퇴장한다.

그 창은 끝으로부터 6-7인치 되는 부분이 Flexible하여 소의 등에 꽃으면 소가 통증을 느껴 날 뛸 때 마다 덜렁거리며 피를 계속 흐르게 한다.

 

결국 등에 박힌 창이 덜렁일때 마다 소는 미쳐 날뛰게 되고, 출혈은 점점 심해저 점점 기진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이때 크라이 맥스를 알리는 팡파르가 다시 울려 퍼지자 그날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메인 투우사가 찬란한 복장의 삼(3)각으로 말아 올린 황금빛 모자를 벗어들고 도도하게 투우장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환영한다.

그는 사방으로 관중을 향해 여유 있는 모습으로 모자를 가슴에대고 목례로  인사를 하고 난 후에 손에든 모자를 투우장에 멋지게 돌려 던져 버리고 붉은 만도를 들고 소를 향해 서서히 다가간다. 투우사가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동안 그렇게 사납게 날뛰던 소가 한쪽에서 기다려 주듯이 조용히 있는 신사도(?)를 발휘 하고 있었다.
투우사가 모자를 경기장에 던져 버리는 것은 이제 소와의 목숨을 건 한판 사움에서 이기지 않고는 그 모자를 찾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나타내는 것이란다. 

관중에게 인사를 마친 투우사는 붉은 만또를 손에 쥐고 있는 환도에 바쳐들고 침착하게 그러나 되도록 도도하고 멋있는 자세로 소에게  되도록 가까이 다가 간다. 저렇게 가까히 닥가도 괞찮을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가까히 다가 갈수록 관중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드디어 투우사와 성난 소는 지척의 거리에서 서로 기를 제압하듯 노려 보다 받고 피하는 결투가 벌어진다. 결국 투우는 소를 다시 화나게 흥분시켜 공격하게 하고 투우사는 방어를 하다가 일격에 소를 쓰러트리는 결전의 시간이 가까워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직한 황소는 투우사를 바로 앞에 두고도 붉은 만또 만 받아치며 스스로 기진해감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소가 어느 정도 기력을 잃었다고 판단되자 투우사는 본부석으로 다가가 지금까지 붉은 만또를 걸어 소를 유인하던 장식용 환도를 정중하게 반납하고, 본부석에서 하사하는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공격용 검을 받아 들고 다시 소 앞으로 다가간다.

소는 투우사가 환도를 반납할때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있었음에도 이번에도 역시 투우사가 새로운 공격용 검을 받아 올때 까지  기다려 준다.
비록 짐승이지만  비겁한 인간 보다 훨씬 기사도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결국 투우사가 예리한 검을 앞으로 겨누며 일정거리에 서서 칼을 소에게 공격해 오기를 재촉하자 소는 다시 투우사와 전의를 불사른다.

 

소는 마지막 승부를 작심한 듯 몇번이고 땅을 발급으로 긁어 차다가 모든 힘을 다하여 투우사를 향해 달려온다.

무섭게 달려오는 소에게 투우사는 소의 급소인 등에서부터 심장을 향해 칼을 깊숙이 꽂아 넣는다.

육중한 몸의 소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가뿐 쉼을 몰아쉬며 피를 토한다.

만약 소가 즉사하지 않고 고통 속에 몸부림 치고 있으면, 투우사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날카로운 비수(단검)로 꺼내 소의 급소를 찔러 안락사 시킨다.
죽어 가는 소에 대한 마지막 배려인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지혜와 소의 힘”의 대결은 “인간의 지혜”의 승리로 끝이 난다.

장내는 광분의 도가니가 된다.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투우사에게 경의와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거칠게 날뛰던 소한마리가 쓰러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7-20여분 정도에 불과 하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을 정도로 잔인하고 비참 한 광경이지만, 스페인의 투우는 18세기부터 현방식대로 민속 축제로 유래해오고 있으며 그 열기는 아직도 식을 줄 모르고 더해 가고 있다고 한다.

투우는 한번시작하면 5-7마리의 소가 이러한 방법으로 죽어 나가게 되는데 우리일행 중 여성들은 중간에 눈을 감고 있거나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세계 동물 애호가들이 이 행사를 묵과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잔인했다.

여기서 잠간 투우사에 대해 몇 가지 추가 설명 해두고자 한다.
투우에 사용되는 황소는 검은 수놈으로서 투우사들이 목장에 가서 직접 고른다고 했다.

원래 목장에서는 양순한 소이지만 투우장에 끌려와 캄캄한 독방에 24시간 가두어 Up set시킨다. 그렇게 캄캄한 골방에 갇혀 있던 소가 갑자기 밝은 투우장으로 나오게 되면 그 소는 광분하여 공격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투우사는 유명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인으로 많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 한다. 투우사는 때때로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직업으로서 그 유명 도에 따라 대우와 보수가 상당한 차이를 두고 있다.

“꼬리다”라고 불리는 메인 투우사는 든든한 스폰서 지원 아래 한 마리의 소와 싸워 이기면 $50,000정도의 보수를 받게 된다는데 한번 출연하면 두 마리의 소와 싸우는 것이 통예로서투우사는 비교적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비야도”라 불리는 무명의 보조 투우사는 자기 개인 돈으로 소를 구입해 와야 할 정도로 비참한 대우를 받을 뿐 아니라 보수도 형편없단다.

투우장에서 투우사의 인기도 판정 기준은 기립 관중들이 흰 손수건을 흔드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투우도중 소의 발목이나 무릎 등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되면 투우사와 정정당당한 경기를 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투우사는 본부석에 신호를 보내게 되고, 본부석에서는 즉시 투우 중지의 나팔을 불어 투우를 중지 시키고 목에 방울을 단 10여 마리의 얼룩소들을 투우장으로 입장 시킨다. 이렇게 얼룩소가 떼 지여 투우 경기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금 전까지 날뛰던 소도 마치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던 때와 같이 양순해져 얼룩소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그들과 함께 퇴장한다.

이렇게 퇴장한 소는 다음번에 다른 투우사가 다시 Pick Up하는 실수를 막기 위하여 바로 도살장으로 가게 되지만, 투우장에서 경기 끝에 죽지 않고 살아남는 소는 치료 후에 목장으로 돌려보내 씨받이로 사용된다고 한다. 투우장을 나오면서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너무 잔인하여 호기심에 한번정도 볼 것이지 두 번 다시 볼 것이 못 된다" 라고. 
*경기장의 사진들은 이오영 개인 불러그( http://oylee250.tistory.com ),"새로운 세계를 찾아서"라는 여행기 스페인편에서 상세히 보실수 있습니다.*